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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 익스플로전 (Nova explo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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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이전의 공간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질서는 혼돈보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네
빛은 태어나기 전부터 길을 알고 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이해하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던 순간들조차
이미 정해진 방향 위에 놓여 있었지
늦게 도착한 나의 시선만이
지금에서야 그 흔적을 따라가고 있네

우연이라 불렀던 많은 장면들이
사실은 이름만 바뀐 필연이었고
침묵 속에 남아 있던 계산들 역시
이미 끝난 이야기였던 것 같아

이건 끝이 아니라 하나의 확정 같고
사라짐마저 목적의 일부처럼 보여
가장 밝은 지점에서 어둠이 함께 있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

무너진 중심에서도 새로 생긴 건 없고
처음부터 있던 기준이 다시 보일 뿐
달라졌다고 믿었던 모든 장면들도
사실은 같은 자리를 반복하고 있었겠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의미들마저
다른 각도에서 다시 읽히고 있고
변한 건 세계가 아니라
그 세계를 바라보는 나였을지도 몰라

의미는 언제나 시선에 따라 흔들리지만
법칙은 한 번도 자리를 옮기지 않았고
우리가 놓쳤다고 느낀 순간들조차
이미 계산 안에 있었어

침묵이 가장 높은 곳에 닿았을 때
수많은 가설들이 조용히 정리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남아 있는
하나의 구조가 보여

시간은 선택이 아니라 정해진 흐름이고
공간은 가능성보다 배치에 가까워
질문처럼 보이던 모든 전개가
답을 향해 가고 있었어

식어가는 잔광 위에 남아 있는 건
감정이 아니라 설계의 흔적이고
우리는 여전히 별을 올려다보며
거기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고
그 침묵마저
처음부터 포함되어 있었겠지

그럼에도 관측이 이루어지는 순간만큼은
우주가 잠시 설명을 허락하는 것처럼 보여
완전히 닫힌 체계가 아니라
열린 채로 응답하고 있는 듯해

인식이 어떤 정점에 다다르면
모순마저 계산 안으로 들어오고
빛과 어둠이 나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놓여야 할 조건처럼 느껴져

재가 된 중심에서 다시 계산된 세계는
새로운 이야기를 요구하지 않고
이미 존재하던 명제를
조용히 다시 읽어 내려가게 해

모든 전개가 끝난 뒤에도
질서는 그대로 남아 있고
나는 그 위에서
늦게 도착한 이해를 받아들이고 있네

모든 것이 해체된 이후에야 닿을 수 있는
완전한 대칭의 순간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우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아

가장 조용한 해답 앞에 서 있으면
모든 가능성이 정리된 것처럼 느껴져
나는 그 빛 속에서
우연이라는 말을 내려놓게 돼

아무것도 새로 말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사실만은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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